학회장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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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천여 가지의 심리상담 이론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심리상담을 공부하거나 상담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론 중 하나가 정신분석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신분석은 마음의 치유 원리에 가장 가까이에 있고 이를 설명한 심리상담 이론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 ‘프로이트’, ‘무의식’ 같은 표현들은 일반 대중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다양한 매체와 문학, 예술 작품들에서 자주 거론되어 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신분석의 실제 임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정신분석은 개인이 전체로서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그 목적을 둡니다.
엄밀하게 말해 정신분석은 심리와 관련된 증상의 제거나 완화를 가장 핵심적인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증상의 제거나 완화는 중요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증상을 경감시키거나 제거하게 되면, 시간 대비 효율성이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신분석은 짧은 시간 안에 심리 증상을 사라지게 할 상담 개입방법을 발전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심리 증상의 제거가 주요 목표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효과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신분석은 심리치료 분야에 있어 구시대의 산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증상 제거를 목적으로 삼지 않는 정신분석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심리 증상이라는 것이 일시적인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일 수 있지만, 많은 경우에 이것은 한 사람의 삶의 역사를 반영합니다. 어느 순간에 확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인 개인의 역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증상은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상징이며, 미래에 일어나게 될 어떤 징후 내지는 전조입니다. 우울, 불안, 강박 등의 증상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람에게 그 증상이 불가피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그 증상은 살기 위한, 더 나아가 존재하기 위한 몸부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그녀)의 삶의 역사를 다루지 않고 그저 증상을 경감시키고 제거하려한다면, 언젠가 마음에 훨씬 더 큰 쓰나미를 불러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증상의 경감과 제거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오늘 우리 사회의 효율과 효과를 강조하는 강박적인 문화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효율과 효과의 강조가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인간의 마음에 고통을 가져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쩌면 성취와 결과에 매달리는 문화 속에서도 여유와 쉼을 누릴 줄 알고 천천히 기다릴 수 있는 마음, 삶의 활력과 생동감을 경험할 수 있는 마음으로 변화되는 것이 중요한데, 효율성을 요구하는 치료적 개입은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과 긴장감의 마음 조직을 강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적 상담은 마음의 고통을 안고 상담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자 또는 증상이나 문제가 있는 사람, 어떤 진단이 내려졌기에 변화되어야 할 무엇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느 특정한 순간에 상담자를 찾아온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들입니다. 이런 상담자의 시각이 얼마나 큰 마음의 변화와 혁신을 불러오는지를 정신분석은 묘사해 왔습니다. 그들은 마땅히 존중받고 있는 그대로 승인되어야 할 존재들입니다. 무엇인가 개선되고 질적으로 변화되어야 할 누군가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차원의 공감과 이해가 정신분석 상담의 기본 뿌리를 이루게 됩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치유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감과 경탄 어린 눈길,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환영하고 승인하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계가 이루어질 때 존재의 내적 경험의 정당성이 승인되는 관계의 장에서 통합되지 못했던 나의 일부분은 살아나 표현되고 그 가운데 정체되었던 마음은 회복의 길을 걷게 됩니다.

우리 학회를 방문하신 모든 분들을 그런 존중과 경탄 그리고 공감어린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한국정신분석심리상담학회는 정신분석이 그 동안 발전시킨 치유의 전통을 따라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과 삶의 행복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학회를 응원해 주시고 힘을 함께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2월 장정은